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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elius, Symphony No.1 in E minor, Op.39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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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9-10-13 17:20 조회2,4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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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elius, Symphony No.1 in E minor, Op.39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Jean Sibelius

1865-1957

Jukka-Pekka Saraste, conductor

Oslo Philharmonic Orchestra

Oslo Concert Hall

2009


Jukka-Pekka Saraste/Oslo Philharmonic Orchestra - Sibelius, Symphony No.1, Op.39



“나의 교향곡은 음악적 관점에서 인식되고 작곡된 음악입니다. 그것은 문학에 바탕을 두지 않았습니다. 나는 문학적인 음악가가 아닙니다. 내게 음악은 말이 멈춘 곳에서 시작하지요. 풍경은 그림으로 표현되고 드라마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교향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어야 합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을 들어보면 “말이 멈춘 곳에서 시작하는” 그의 음악적인 언어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벨리우스가 남긴 일곱 곡의 교향곡 가운데서도 1번은 특히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서정적 선율의 아름다움과 시적인 감수성을 담고 있어 듣는 이에게 즉각적으로 감흥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시벨리우스가 교향곡 1번에 착수한 것은 1898년, 그가 33세가 되던 해다. 당시에 그는 대규모 관현악곡을 능숙하게 다룰 만큼 악기 편성이나 활용법에 정통해 있었다. 이 교향곡의 1악장 서두에서 고독감을 자아내는 클라리넷의 인상적인 솔로만 들어보아도 시벨리우스가 악기의 표현력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1번 작곡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총보를 완성하고, 1899년 4월 26일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필하모닉을 직접 지휘하며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후 1900년에 오케스트레이션을 손질한 그는 1900년 7월 4일에 최종판을 내놓았고 개정된 최종판의 악보는 로베르트 카야누스의 지휘로 스톡홀름에서 초연되었다.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1번에 어떤 표제도 붙이지 않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교향곡이 제정 러시아의 폭정에 저항하는 핀란드 국민의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석한다. 아마도 핀란드적인 색채가 강하기 때문이리라.

1악장: 안단테, 마 논 트로포 -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1악장은 느린 서주로 시작한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클라리넷의 쓸쓸한 멜로디는 폭정에 시달리는 핀란드 국민의 우울함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쓸쓸한 음악은 활력 넘치는 음악으로 바뀐다. 제2바이올린이 빠른 템포로 8분음표를 반복하며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는 순간, 이 예상치 못한 반전에 음악을 듣는 이들의 심장박동도 빨라질 것이다. 곧바로 제1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하고 그 선율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비올라와 첼로가 마치 메아리처럼 이를 뒤따르며 긴박감을 자아낸다. 북유럽의 차갑고 맑은 공기처럼 참신한 음악이다.

2악장: 안단테

다소 느린 템포의 2악장은 바이올린과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민요적인 선율로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게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현악의 선율은 목관의 화답으로 이어지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그러나 2악장 중간부에는 이와 전혀 다른 긴박감 넘치는 음악이 펼쳐지며 서정적인 도입부 주제와 대조를 이룬다. 이 악장에선 때때로 저음 목관악기인 바순의 음색이 두드러지는데, 바순은 시벨리우스가 특히 핀란드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 애용했던 악기로 알려져 있다. 바순 외에 호른으로 연주하는 시원한 선율이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느낌을 표현하기도 한다.

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3악장은 빠른 스케르초로 독특한 음향세계를 보여준다. 저음 현악기들이 피치카토 주법으로 마치 기타처럼 연주를 시작하면 팀파니와 바이올린이 차례로 거칠고 활기찬 리듬을 선보이며 활력을 자아낸다. 이 악장 중간에는 목관악기들이 목가적인 선율을 연주하며 핀란드의 시골 풍경처럼 소박하면서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4악장: 피날레

4악장에서 시벨리우스는 ‘환상곡풍으로’(Quasi una fantasia)라는 지시어를 첨가했다. 이 말 그대로 4악장 도입부는 환상곡풍으로 시작하며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윽고 빠른 주요부가 시작되면 마치 러시아의 폭정과 핀란드 국민의 고통을 나타내듯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선율이 연주된다. 하지만 중반에 이르러 매우 감동적인 선율이 나타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 선율은 차이콥스키의 선율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서정적이면서 낭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투쟁적인 음악을 가라앉히는 일종의 ‘찬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

Sibelius, Symphony No.1 in E minor, Op.39

Paavo Järvi, conductor

Orchestre de Paris

Salle Pleyel, Paris

2012.10.18


글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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