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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maninov,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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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12-11 13:50 조회1,9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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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maninov,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Sergei Rachmaninov

1873-1943

Yeol Eum Son(손열음), piano

Darrell Ang, conductor

Mariinsky Theatre Orchestra

Mariinsky Theatre, Saint Petersburg

2017.07.20


Yeol Eum Son - Rachmaninov,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파가니니에 관한 전설에는 다분히 환상적인 측면이 있다. 19세기 초에 활약했던 그의 신출귀몰한 바이올린 연주 솜씨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대가였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그런 소문은 한동안 사실처럼 받아들여졌고, 그로 인해 파가니니는 죽은 뒤 고향에서조차 거부당한 채 오래도록 구천을 떠돌아야만 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파가니니는 낭만주의를 선도한 거장으로 자리매김했고, 따라서 그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었다.

언제나 초자연적인 주제에 열광했던 러시아 예술가들은 파가니니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는데, 러시아의 마지막 낭만주의자였던 라흐마니노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라흐마니노프 만년의 걸작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그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현란한 색채와 악마적 기교,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로 가득 차 있다.

비르투오소 피아니즘의 눈부신 광채

라흐마니노프는 1917년 러시아의 정치적 혼란을 피하여 스웨덴 연주여행 도중 서방으로 망명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소비에트 정부가 들어선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후 그는 보스턴 교향악단의 초청을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다가 1935년에는 미국에 귀화하게 된다. 망명 이후 그는 주로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는데, 생계를 위한 연주가로서의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창작에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또 20세기 전반을 유린했던 아방가르드의 조류도 작곡가로서의 그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러시아에 머물던 시기에 작곡 활동이 활발했던 것과 달리 망명 후에는 피아노 협주곡 4번, 교향곡 3번,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교향적 무곡> 등 소수의 작품만을 남긴 것은 그런 이유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그가 스위스에 머물던 1934년 여름, 루체른 호숫가의 별장에서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7일 볼티모어에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음악의 영향을 드러냈던 피아노 협주곡 4번에 이은 라흐마니노프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 작품’으로서, 피아노의 화려한 명인기와 관현악의 풍부한 색채, 그리고 둘 사이의 정교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이 곡은 가히 20세기에 작곡된 모든 피아노 협주 작품 가운데 최고라 칭송받을 만하며, 여기서 라흐마니노프 고유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즘’은 가장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다고 하겠다.



피아노 앞에 앉은 라흐마니노프, 1936년경

카프리치오 주제와 디에스 이레

이 곡은 기본적으로 변주곡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변주의 주제로는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 중 마지막 곡의 a단조 선율이 채택되었다. 아울러 라흐마니노프는 이 ‘카프리치오 주제’에 대비되는 또 하나의 주제로 ‘죽음’ 또는 ‘심판의 날’을 암시하는 중세의 ‘디에스 이레’(Dies irae) 선율을 도입함으로써 작품의 독창성과 구성미를 강화하고 나아가 자칫 가볍게만 비칠 뻔했던 작품에 보다 심오한 아우라를 부여했다.

전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각각은 빠르게(1~10변주), 느리게(11~18변주), 빠르게(19~24변주)의 세 템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곡은 3악장으로 구성된 통상적인 협주곡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느린 악장에 해당하는 두 번째 부분에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스케르초 풍의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구성 방식은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협주곡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곡은 알레그로 비바체의 짤막한 서주로 시작되는데, 9마디에 걸친 관현악과 피아노의 화음이 주제를 암시한 다음 곧바로 주부로 진입한다. 주부에서는 통상적인 변주곡의 관례를 깨고 주제의 제시에 앞서 첫 번째 변주가 먼저 나온다. 주로 관현악에 의한 단순한 리듬으로 이루어진 제1변주에 이어 ‘카프리치오 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제시되고, 피아노는 제2변주부터 전면에 나선다. 이후 제5변주까지는 피아노와 관현악의 경묘한 얽힘이 두드러지면서 숨 가쁘게 진행되다가, 제6변주로 접어들면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마침내 제7변주로 넘어가면 또 하나의 주제인 ‘디에스 이레’ 선율이 첫 주제와는 대조적인 무거운 표정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유래한 어둡고 악마적인 분위기가 제10변주까지 지속되는데, 그 흐름은 리스트 풍의 변화무쌍한 악구들이 장식하고 있다.

잠시 음악이 멈췄다가 제11변주로 접어들면, 현이 여리게 연주하는 트레몰로 위로 피아노가 역시 리스트 풍의 카덴차를 연주한다. 이 변주와 미뉴에트 풍의 제12변주는 다소 정체된 느낌을 유발하는데, 피아노의 차분한 움직임 위로 관현악이 한층 다채로운 색감을 자아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악은 제13변주에서 다시 활기를 되찾고, 박력 있는 행진곡 풍으로 전개되는 제14변주에서 한 차례 고조된 후, 제15변주의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제16변주로 넘어가면 흐름은 다시 가라앉고 오보에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면서 곡 전체의 클라이맥스를 준비하게 된다.

이제 부드러운 제17변주를 거쳐 제18변주에 다다르면, 마침내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의 클라이맥스가 펼쳐진다. 감성적 기운을 가득 머금은 감미로운 선율이 서서히 상승하여 찬란하지만 애틋한 고조를 연출하는 이 감동적인 장면이야말로 라흐마니노프 음악의 백미라 할 만하다. 제19변주, 현의 피치카토에 이끌려 피아노가 다시금 약동하기 시작한다. 음악은 마치 곡의 첫 부분으로 돌아간 듯 경묘하고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며, 그것을 더욱 확대, 강화시키면서 또 한 번의 고조를 향해 나아간다. 제22변주는 악보 상으로 가장 긴 변주인데, 처음에 행진곡처럼 출발해서 피아노가 화음을 연주하면 점차 부풀어 올라 정점에 도달한 후 빠른 패시지를 거쳐 힘찬 카덴차로 마무리된다.

이후 음악은 종결을 향하여 숨 가쁘게 치달아 간다. 마지막 변주에서 피아노가 셋잇단음표와 스타카토를 연주하고 목관에 주제가 나타나 다시 피아노로 연결된 후, 코다(종결부)에 이르러 관현악에 의해 ‘디에스 이레’ 선율이 마지막으로 강력하게 터져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피아노가 주제의 단편을 연주한 후 갑작스레 막이 내린다. 마치 ‘누군가 촛불을 훅 불어서 우리를 어둠 속에 남겨둔 것’처럼.

Rachmaninov,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Stephen Hough, piano

Sakari Oramo, conductor

BBC Symphony Orchestra

First Night of the Proms 2013

Royal Albert Hall, London

2013.07.12

 
추천음반

1. 우선 라흐마니노프와 동시대를 호흡했던 거장의 연주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RCA)을 첫 손에 꼽아야겠다. 앙드레 프레빈의 노련한 서포트에 힘입은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의 견실한 연주(Decca)는 모범적인 추천 음반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 오고 있다.

2. 리보르 페셰크가 지휘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미하일 플레트뇨프(Virgin)는 한층 감각적인 터치와 절묘한 짜임새를 펼쳐 보이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플레트뇨프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베를린 필의 1997년 질베스터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는데, 더욱 노련하고 깊이 있는 이 연주는 요즘에는 영상물(Arthaus)로만 만날 수 있다.

3. 보다 최근에 나온 음반들 중에서는 스티븐 허프(Hyperion)가 돋보인다.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협주곡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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