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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mann, Concerto for Piano in A minor, Op.54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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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11-22 15:03 조회2,1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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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mann, Concerto for Piano in A minor, Op.54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Robert Schumann

1810-1856

Martha Argerich, piano

Antonio Pappano, conductor

Orchestra dell'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

Roma, 2012.11.19


Martha Argerich - Schumann, Concerto for Piano in A minor, Op.54


 

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작곡가로서 로베르트 슈만은 젊은 시절부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에 보다 많은 훈련과 노련함이 필요했던 슈만은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러한 만큼 결혼 무렵까지 슈만은 피아노 솔로 혹은 피아노를 수반한 가곡을 중심으로 작곡을 했고, 다양한 경험과 모진 시련, 사랑의 결실을 체험한 다음인 1841년 라이프치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기를 작정한 듯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을 작곡했다.

한 낭만주의자의 꿈

1839년 12월 11일 그는 슈베르트의 9번 교향곡 ‘더 그레이트’의 리허설을 보고난 뒤 친구인 베커에게 “나의 모든 이상이 그 안에서 구현되어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자신이 작곡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해 “교향곡과 협주곡, 그랜드 소나타의 중간 형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1840년 결혼과 더불어 엄청난 가곡을 쏟아냈던 슈만은 멘델스존이 지휘한 슈베르트의 ‘더 그레이트’ 초연을 들은 뒤 자신의 1번 교향곡에 대한 영감을 받았음과 동시에 1악장의 저 장대한 호른의 등장을 자신이 작곡하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의 첫 부분에 차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이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유기적인 통합이 배제된 채 독주자의 기교만을 강조하는 과시형 협주곡들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의 목표는 고전적 이상에 의거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일체화된 서사시를 작곡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단악장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이다. 이후 슈만은 이와 같은 단악장 형태의 콘체르트슈튀크(Konzertstück, 보통의 협주곡을 자유로운 형식의 1악장 곡으로 간략히 만든 협주곡) 작품으로, 1849년 드레스덴에서 인트로덕션과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Op.92를 작곡했고, 1853년 뒤셀도르프에서 인트로덕션과 알레그로 콘체르탄테 Op.134를 작곡했다.

1841년은 슈만에게 ‘교향곡의 해’에 해당한다. 교향곡 1번과 후일 교향곡 4번이 된 두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는 시기에 탄생한 피아노 협주곡은, 당시 슈만의 의도대로 오케스트라의 효과와 구성에 많은 힘을 쏟은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4번 교향곡 또한 원래는 ‘교향적 환상곡’이라는 타이틀로 출판하고자 했었다. 아마도 전통적인 교향곡에서의 소나타 형식보다는 낭만주의자로서 자신의 기질이 보다 자유분방하고 발전적인 양식을 도입한 환상곡 형식에 슈만은 많은 애착을 갖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또한 전통적인 협주곡의 형식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오히려 그 변화하는 주제의 모습들은 어딘지 변주곡을 떠올리는 까닭에 ‘환상곡’이라는 제목을 붙이고자 했다는 가정에 높은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1841년 5월 13일에서 20일 사이에 쓴 일기에 따르면, 슈만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을 독립된 작품으로 출판할 생각이었지만 마땅한 출판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하여 2악장과 3악장을 작곡하여 1845년 여름에 이르러 정식적인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으로 완성했고, 그해 12월 4일 드레스덴에서 페르디난트 힐러의 지휘와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되었다. 이어 1846년 1월에는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의 지휘와 클라라의 협연으로 연주되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슈만은 비르투오소들을 위한 협주곡에 담긴 자기과시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음악적인 효과와 구조적인 맥락을 추구하기 위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빈의 고전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의식적으로 계승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슈만은 단순히 전통을 답습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음악언어, 즉 낭만주의적 상상력을 강력하게 발휘하여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특히 1악장은 ‘환상곡’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고자 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라는 양자의 대화보다는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다루고자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동시대에 발표된 비르투오소를 위한 협주곡 혹은 형식 파괴에 앞장선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등과 전적으로 구분되는 슈만만의 개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슈만은 문학적 소양이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음악사에 기록되고 있다.

환상곡 풍의 협주적 완결체

1악장: 알레그로 아페투오소

우선 제시부에서 독주와 관현악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강력한 하행 옥타브로 시작하는 피아노의 다이내믹한 등장으로 시작한 뒤 제시부가 끝날 무렵에야 비로소 잠깐 피아노를 수반하지 않은 오케스트라 총주가 등장할 뿐이다. 주제가 끊임없이 변형함에 따라 독주는 물론이려니와 오케스트라 또한 서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으며 변화해 나가는 모습이 특히 그러하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와 대립하지 않고 종속하지도 않으며, 가곡에서 성악가와 피아노의 관계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동반자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 가운데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솔로가 가끔씩 시그널적인 멜로디를 노래 부를 뿐 두드러지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는 실내악적인 정교함을, 또 어떤 경우에는 보다 두터운 텍스추어로 음악에 질감과 힘을 더하는데, 외형상의 이러한 효과는 후일 브람스가 오케스트라 작품에서 즐겨 사용한다.

어찌되었든 이 1악장은 환상곡 풍을 견지하는 작품임이 분명한데, 이러한 모습은 리스트가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곡한 헝가리 광시곡과 베토벤이 투철한 계산과 논리적인 발전을 전개시켰던 피아노 소나타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바흐에 대한 슈만의 동경 또한 등장한다. 1악장 카덴차 부분에서 등장하는 다성부적인 패시지가 그것으로, 슈만은 바흐로부터 많은 아이디어의 자양분과 대위법적 상상력을 얻어 왔다. 슈만은 같은 시대의 리스트나 바그너처럼 기교주의나 화려한 외면을 꾸미는 방향에는 공감을 갖지 못했고, 오히려 바흐나 베토벤, 슈베르트 등으로 이어 내려온 전통에 입각한 자기 나름의 방향에서 창작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멘델스존을 높이 평가했고 브람스에게 호감을 가졌다. 이러한 슈만은 멘델스존처럼 바흐의 음악을 끝없이 연구하였으며 젊은 음악가들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끊임없이 권했다.

이 작품은 슈만의 교향곡 4번처럼 쉼 없는 유기체적인 흐름을 내세운 작품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콘텍스트의 연속성과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다. 독립된 환상곡에 후일 덧붙인 2악장과 3악장을 보면 이러한 특성을 더욱 강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첫 악장과 뒤의 두 개의 악장 사이에 일체의 이질감과 소외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러하다. 오히려 1악장에서의 주제에 정당성과 정합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머지 악장들 또한 이 주제와 끊임없이 관련을 맺어 나가며 환상곡 본래의 단일 주제적 접근에 충실하고자 했다.

2악장: 인터메초. 안단티노 그라치오소

2악장은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톤의 인터메초 악장이다. 단순한 ABA 구성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특히 첼로와 피아노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으로, 이렇듯 느린 악장에서 첼로를 사용하는 기법은 이후 브람스 또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보다 특징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계승한다. 피아노는 첫 주제로 돌아온 뒤 다음 알레그로 악장을 향한 힘찬 약진을 준비한다.

3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피날레는 규모가 큰 소나타 형식에서의 론도 악장으로, 소나타 전체의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한 것이다. 특히 피아니스트로 하여금 고난도의 아르페지오와 8분음표 패시지를 대단히 바쁘게 연주하게끔 하는 부분이 등장하여, 기교를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에 적절한 긴장감과 화려한 효과를 부여하는 모습으로부터 슈만의 작곡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제2주제는 미묘한 교차 리듬으로 확장하며 길거나 짧은 단위로 등장한다. 이후 론도 주제가 다시 등장하고 정통적인 방식에 따라 약간의 푸가토가 포함된 숨 가쁜 발전부를 거친 뒤 오보에와 피아노의 대화에서 새로운 선율이 제시된다. 재현부 이후에 눈부신 시정과 우아한 지적 고양감이 충만한 코다에 이르러, 환상곡 풍임을 강조하기 위해 슈만이 그토록 집요하게 사용한 협주곡의 첫 주제가 녹아 있다는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한 채, 낭만주의의 상상력과 고전주의의 엄격함을 결합하여 19세기 피아노 협주곡 장르의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비로소 끝을 맺는다.

1839년 모셀레스의 피아노 협주곡 Op.9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Op.4를 평한 슈만의 한 글에서 협주적 완결체로서의 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 천재가 나타나 “새롭게, 멋지게,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하나가 되어 피아노 앞에 앉은 거장은 자기 악기, 자기 예술의 모든 것을 펼쳐 보이고, 오케스트라도 구경꾼에 그치지 않으며 다양한 소리를 전체 속에 예술적으로 짜 넣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피력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간절한 바람은 바로 슈만 자신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Schumann, Concerto for Piano in A minor, Op.54

Jan Lisiecki, piano

Sir Antonio Pappano, conductor

Orchestra of the Academy of Santa Cecilia, Rome

BBC Proms 2013 Prom 10

Royal Albert Hall, London

2013.07.19


추천음반

1. 환상곡 풍의 협주적 완결체로서 이 작품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한 역사적인 녹음으로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발터 기제킹의 전시녹음(DG)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전체가 하나가 된 것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그 광기 어린 시정에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듯하다.

2. 음질을 포함한 여러 음악적 완성도에서 시들지 않는 청초함과 결벽증적인 완벽주의가 빛을 발하는 녹음으로 디누 리파티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녹음(EMI)이 슈만 협주곡의 결정반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카라얀의 템포를 리파티가 받아들이지 않아 녹음이 탄생할 수 없었던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리파티는 카라얀의 완벽주의 성격에 존경을 표하며 카덴차 부분 외에는 모든 템포를 카라얀의 스타일에 맞추었다.

3. 머레이 페라이어와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녹음(SONY) 또한 두터운 음향을 바탕으로 진취적이고 단일적이며 독특한 시정을 발산하는 연주로 그 명성이 높다.

4.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녹음(Teldec)은 즉흥성과 광기, 숨 쉴 틈 없는 추진력이 빛을 발하는 현대적 해석의 표본이다.

글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협주곡  2011.08.2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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