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 Bach - Partita Nº 2, BWV 1004 | Hilary Hahn, Violin.|건반,관현악,실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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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05-21 17:54 조회1,78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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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Sebastian Bach - Partita for solo violin Nº 2 in D minor, BWV 1004. 1720. Hilary Hahn, Violin, 1997.
Chaconne, Partita Nº 2, BWV 1004 http://youtu.be/QqA3qQMKueA
Violin Partita Nº 3, BWV 1006 http://youtu.be/3VOkrddp6M8
Violin Sonata Nº 3, BWV 1005 http://youtu.be/Lej1nHZBMgc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또 하나의 ‘샤콘느’가 있지요.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1663~1745)의 ‘샤콘느’입니다. 토마소 비탈리는 역시 작곡가였던 지오반니 비탈리(1632~1692)의 아들이지요. ‘비탈리 패밀리’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악 가문입니다. ‘샤콘느’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실제로는 그가 작곡하지 않았나는 ‘설’도 있습니다) 토마소 비탈리의 아들도 역시 바이올린의 명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이 또 하나의 샤콘느는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흔히 불립니다. 아마도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와 구분하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그만큼 곡의 선율이 진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반면에 바흐의 ‘샤콘느’는 상당히 절제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비탈리가 슬픔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달리, 바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바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1012)을 남긴 것처럼, 바이올린을 위해서도 역시 무반주 모음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인데, 이 음악도 역시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그러니까 전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의 첫번째 컬럼이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편(2012년 9월 25일자 http://ch.yes24.com/Article/View/20656)에서 ‘바흐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고 언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3’입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작곡 연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바흐가 괴텐 궁정의 악장이었던 시절(1717~1723년)의 전반기에 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조금 앞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흐 작품번호(BWV)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한걸음 빠른 ‘BWV 1001~1006’입니다. 일각에서는 바흐가 첫 번째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를 잃은 슬픔을 ‘파르티타 2번’의 다섯번째 곡 ‘샤콘느’에 투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그것을 정확한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1720년’이라는 연대가 분명히 표기돼 있지요. 그리고 바로 그 해에 아내 마리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도 사실입니다. 한데 바흐가 아내를 잃은 직후에 그 여섯 곡을 다 작곡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작곡해온 것들을 자필 악보로 정리한 해가 1720년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러니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라는 표현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하지만 ‘샤콘느’에 은은한 슬픔이, 어찌 들으면 ‘비통’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꾹꾹 눌려진 채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뤄진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모두 들으려면 1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CD 두 장이 꽉 차는 분량이지요. 지난 회에도 얘기했듯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앞서 말했듯이 여섯 곡 중에서 ‘파르티타 2번 d단조’를 듣겠습니다. 이 곡의 길이는 30분에 가깝습니다. 바흐 작품번호(BWV)로는 1004입니다. ‘천사’로 기억하시면 됩니다. 전부 다섯 곡(다섯 악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에서 마지막 곡 ‘샤콘느’가 가장 긴데 14분이 조금 넘습니다.
이번 글도 지난 회와 같은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바흐의 음악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것은 ‘G선상의 아리아’입니다. 그래서 지난 회에 그 곡을 모티브로 삼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필적할 만큼 자주 검색되는 또 하나의 단어를 떠올려보겠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샤콘느’(chaconne)입니다.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의 마지막에 놓여 있는, 그러니까 다섯번째 곡입니다. 바흐 사후에 오랫동안 연주되지 않다가 브람스와 부조니에 의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이렇게 한 곡만 발췌해 편곡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G선상의 아리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샤콘느’는 애초에 멕시코 지역에서 발원한 춤곡. 17세기 무렵에 제국주의 강국이었던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지게 됩니다. 특히 스페인과 인접했던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서 유행했습니다.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또 하나의 ‘샤콘느’가 있지요.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1663~1745)의 ‘샤콘느’입니다. 토마소 비탈리는 역시 작곡가였던 지오반니 비탈리(1632~1692)의 아들이지요. ‘비탈리 패밀리’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악 가문입니다. ‘샤콘느’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실제로는 그가 작곡하지 않았나는 ‘설’도 있습니다) 토마소 비탈리의 아들도 역시 바이올린의 명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이 또 하나의 샤콘느는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흔히 불립니다. 아마도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와 구분하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그만큼 곡의 선율이 진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반면에 바흐의 ‘샤콘느’는 상당히 절제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비탈리가 슬픔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달리, 바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바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1012)을 남긴 것처럼, 바이올린을 위해서도 역시 무반주 모음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인데, 이 음악도 역시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그러니까 전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의 첫번째 컬럼이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편(2012년 9월 25일자 http://ch.yes24.com/Article/View/20656)에서 ‘바흐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고 언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3’입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작곡 연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바흐가 괴텐 궁정의 악장이었던 시절(1717~1723년)의 전반기에 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조금 앞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흐 작품번호(BWV)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한걸음 빠른 ‘BWV 1001~1006’입니다. 일각에서는 바흐가 첫 번째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를 잃은 슬픔을 ‘파르티타 2번’의 다섯번째 곡 ‘샤콘느’에 투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그것을 정확한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1720년’이라는 연대가 분명히 표기돼 있지요. 그리고 바로 그 해에 아내 마리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도 사실입니다. 한데 바흐가 아내를 잃은 직후에 그 여섯 곡을 다 작곡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작곡해온 것들을 자필 악보로 정리한 해가 1720년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러니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라는 표현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하지만 ‘샤콘느’에 은은한 슬픔이, 어찌 들으면 ‘비통’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꾹꾹 눌려진 채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뤄진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모두 들으려면 1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CD 두 장이 꽉 차는 분량이지요. 지난 회에도 얘기했듯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앞서 말했듯이 여섯 곡 중에서 ‘파르티타 2번 d단조’를 듣겠습니다. 이 곡의 길이는 30분에 가깝습니다. 바흐 작품번호(BWV)로는 1004입니다. ‘천사’로 기억하시면 됩니다. 전부 다섯 곡(다섯 악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에서 마지막 곡 ‘샤콘느’가 가장 긴데 14분이 조금 넘습니다.
‘파르티타’(partita)라는 말은 애초에 ‘변주곡’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는데, 바흐 시대에는 ‘모음곡’이라는 의미로 확장됐습니다. 바흐의 파르티타는 ‘춤곡 모음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오늘날의 속도 감각으로 보자면 매우 느린 춤이지요. 옛날 춤의 템포는 지금보다 느려도 한참 느렸습니다. 특히 ‘파르티타 2번’은 ‘알라망드-쿠랑트-사라방드-지그’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춤곡 모음곡입니다. 춤곡 모음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들만 간추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1곡 ‘알라망드’(allemande)는 독일에서 기원한 춤곡입니다. 약간 느릿한 템포에 묵직한 느낌이지요. 2곡 ‘쿠랑트’(courante)는 알라망드에 비해 템포가 한결 빨라지면서 활달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어지는 3곡 ‘사라방드’(saraband)는 3박자의 매우 느린 춤곡입니다. 원산지는 페르시아인데 ‘샤콘느’가 그랬던 것처럼 스페인이 유럽 여러 지역으로 전파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느린 템포 속에서 어떤 관능성 같은 것이 은근히 느껴지실 겁니다. 이어지는 4곡 ‘지그’(gigue)에서는 다시 템포가 빨라집니다. 분위기를 다시 경쾌하게 끌어올립니다. 그렇게 경쾌한 춤이 한바탕 펼쳐진 다음, 드디어 마지막 곡 ‘샤콘느’가 장중한 느낌으로 막을 올립니다. 거의 15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경배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짜릿한 기교가 펼쳐집니다.(웹 출처)
Chaconne, Partita Nº 2, BWV 1004 http://youtu.be/QqA3qQMKueA
Violin Partita Nº 3, BWV 1006 http://youtu.be/3VOkrddp6M8
Violin Sonata Nº 3, BWV 1005 http://youtu.be/Lej1nHZBMgc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또 하나의 ‘샤콘느’가 있지요.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1663~1745)의 ‘샤콘느’입니다. 토마소 비탈리는 역시 작곡가였던 지오반니 비탈리(1632~1692)의 아들이지요. ‘비탈리 패밀리’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악 가문입니다. ‘샤콘느’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실제로는 그가 작곡하지 않았나는 ‘설’도 있습니다) 토마소 비탈리의 아들도 역시 바이올린의 명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이 또 하나의 샤콘느는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흔히 불립니다. 아마도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와 구분하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그만큼 곡의 선율이 진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반면에 바흐의 ‘샤콘느’는 상당히 절제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비탈리가 슬픔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달리, 바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바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1012)을 남긴 것처럼, 바이올린을 위해서도 역시 무반주 모음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인데, 이 음악도 역시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그러니까 전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의 첫번째 컬럼이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편(2012년 9월 25일자 http://ch.yes24.com/Article/View/20656)에서 ‘바흐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고 언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3’입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작곡 연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바흐가 괴텐 궁정의 악장이었던 시절(1717~1723년)의 전반기에 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조금 앞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흐 작품번호(BWV)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한걸음 빠른 ‘BWV 1001~1006’입니다. 일각에서는 바흐가 첫 번째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를 잃은 슬픔을 ‘파르티타 2번’의 다섯번째 곡 ‘샤콘느’에 투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그것을 정확한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1720년’이라는 연대가 분명히 표기돼 있지요. 그리고 바로 그 해에 아내 마리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도 사실입니다. 한데 바흐가 아내를 잃은 직후에 그 여섯 곡을 다 작곡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작곡해온 것들을 자필 악보로 정리한 해가 1720년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러니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라는 표현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하지만 ‘샤콘느’에 은은한 슬픔이, 어찌 들으면 ‘비통’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꾹꾹 눌려진 채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뤄진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모두 들으려면 1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CD 두 장이 꽉 차는 분량이지요. 지난 회에도 얘기했듯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앞서 말했듯이 여섯 곡 중에서 ‘파르티타 2번 d단조’를 듣겠습니다. 이 곡의 길이는 30분에 가깝습니다. 바흐 작품번호(BWV)로는 1004입니다. ‘천사’로 기억하시면 됩니다. 전부 다섯 곡(다섯 악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에서 마지막 곡 ‘샤콘느’가 가장 긴데 14분이 조금 넘습니다.
이번 글도 지난 회와 같은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바흐의 음악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것은 ‘G선상의 아리아’입니다. 그래서 지난 회에 그 곡을 모티브로 삼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필적할 만큼 자주 검색되는 또 하나의 단어를 떠올려보겠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샤콘느’(chaconne)입니다.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의 마지막에 놓여 있는, 그러니까 다섯번째 곡입니다. 바흐 사후에 오랫동안 연주되지 않다가 브람스와 부조니에 의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이렇게 한 곡만 발췌해 편곡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G선상의 아리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샤콘느’는 애초에 멕시코 지역에서 발원한 춤곡. 17세기 무렵에 제국주의 강국이었던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지게 됩니다. 특히 스페인과 인접했던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서 유행했습니다.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또 하나의 ‘샤콘느’가 있지요.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1663~1745)의 ‘샤콘느’입니다. 토마소 비탈리는 역시 작곡가였던 지오반니 비탈리(1632~1692)의 아들이지요. ‘비탈리 패밀리’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악 가문입니다. ‘샤콘느’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실제로는 그가 작곡하지 않았나는 ‘설’도 있습니다) 토마소 비탈리의 아들도 역시 바이올린의 명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이 또 하나의 샤콘느는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흔히 불립니다. 아마도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와 구분하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그만큼 곡의 선율이 진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반면에 바흐의 ‘샤콘느’는 상당히 절제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비탈리가 슬픔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달리, 바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바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1012)을 남긴 것처럼, 바이올린을 위해서도 역시 무반주 모음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인데, 이 음악도 역시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그러니까 전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의 첫번째 컬럼이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편(2012년 9월 25일자 http://ch.yes24.com/Article/View/20656)에서 ‘바흐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고 언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3’입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작곡 연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바흐가 괴텐 궁정의 악장이었던 시절(1717~1723년)의 전반기에 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조금 앞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흐 작품번호(BWV)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한걸음 빠른 ‘BWV 1001~1006’입니다. 일각에서는 바흐가 첫 번째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를 잃은 슬픔을 ‘파르티타 2번’의 다섯번째 곡 ‘샤콘느’에 투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그것을 정확한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1720년’이라는 연대가 분명히 표기돼 있지요. 그리고 바로 그 해에 아내 마리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도 사실입니다. 한데 바흐가 아내를 잃은 직후에 그 여섯 곡을 다 작곡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작곡해온 것들을 자필 악보로 정리한 해가 1720년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러니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라는 표현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하지만 ‘샤콘느’에 은은한 슬픔이, 어찌 들으면 ‘비통’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꾹꾹 눌려진 채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뤄진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모두 들으려면 1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CD 두 장이 꽉 차는 분량이지요. 지난 회에도 얘기했듯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앞서 말했듯이 여섯 곡 중에서 ‘파르티타 2번 d단조’를 듣겠습니다. 이 곡의 길이는 30분에 가깝습니다. 바흐 작품번호(BWV)로는 1004입니다. ‘천사’로 기억하시면 됩니다. 전부 다섯 곡(다섯 악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에서 마지막 곡 ‘샤콘느’가 가장 긴데 14분이 조금 넘습니다.
‘파르티타’(partita)라는 말은 애초에 ‘변주곡’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는데, 바흐 시대에는 ‘모음곡’이라는 의미로 확장됐습니다. 바흐의 파르티타는 ‘춤곡 모음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오늘날의 속도 감각으로 보자면 매우 느린 춤이지요. 옛날 춤의 템포는 지금보다 느려도 한참 느렸습니다. 특히 ‘파르티타 2번’은 ‘알라망드-쿠랑트-사라방드-지그’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춤곡 모음곡입니다. 춤곡 모음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들만 간추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1곡 ‘알라망드’(allemande)는 독일에서 기원한 춤곡입니다. 약간 느릿한 템포에 묵직한 느낌이지요. 2곡 ‘쿠랑트’(courante)는 알라망드에 비해 템포가 한결 빨라지면서 활달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어지는 3곡 ‘사라방드’(saraband)는 3박자의 매우 느린 춤곡입니다. 원산지는 페르시아인데 ‘샤콘느’가 그랬던 것처럼 스페인이 유럽 여러 지역으로 전파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느린 템포 속에서 어떤 관능성 같은 것이 은근히 느껴지실 겁니다. 이어지는 4곡 ‘지그’(gigue)에서는 다시 템포가 빨라집니다. 분위기를 다시 경쾌하게 끌어올립니다. 그렇게 경쾌한 춤이 한바탕 펼쳐진 다음, 드디어 마지막 곡 ‘샤콘느’가 장중한 느낌으로 막을 올립니다. 거의 15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경배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짜릿한 기교가 펼쳐집니다.(웹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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