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회 > 음악감상실 음악감상실
음악감상실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Haydn, Symphony No.45 in F sharp minor ‘Farewell’)

페이지 정보

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08-20 11:43 조회3,665회 댓글0건

본문

Haydn, Symphony No.45 in F sharp minor ‘Farewell’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

Franz Joseph Haydn

1732-1809

Adam Fischer, conductor

DR Underholdnings Orkestret

Koncerthuset, Copenhagen

2010.08.26



유머와 위트를 즐긴 ‘파파 하이든’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초상화를 보면 선이 굵은 엄부(嚴父) 인상이어서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칭이 딱 어울려 보인다. 그런데 하이든에게는 ‘파파 하이든’이라는 또 다른 애칭이 있다. 품성으로나 음악으로나 두루 너그럽고 온화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게다가 하이든은 유머와 위트가 넘쳐 주위 사람들이 다들 좋아했다. 그러한 하이든의 기질은 작품에도 곧잘 나타나는데, 교향곡 94번 ‘놀람’과 오늘 소개하는 교향곡 45번 ‘고별’에서의 그의 유머와 위트는 대표적이다.

하이든은 교향곡 94번 2악장에 팀파니의 강력한 타격을 슬며시 끼워 넣는다. 이 느린 악장에서 청중들이 지루해하리라는 걸 미리 계산해 두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연에서 하품을 하거나 졸고 있던 청중들은 약박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강력한 포르테시모의 음향에 깜짝 놀라고 만다. 그런 연유로 이 교향곡은 그 후 ‘놀람’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자, 그러면 교향곡 45번에는 왜 ‘고별’이라는 명칭이 붙게 된 것일까?



1772년 여름, 헝가리 귀족 가문 에스테르하지의 니콜라우스 후작은 여느 해처럼 풍광이 수려한 노이지트라 호숫가의 별궁으로 휴가를 떠났다. 악장 하이든도 관현악단을 이끌고 공작을 수행했다. 그런데 평소 6개월이던 휴가 기간이 두 달이 더 지났는데도 후작은 본궁으로 돌아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관현악단 단원들은 남겨두고 온 처자식이 그리워 무척 애를 태웠으나 후작은 전혀 그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단원들의 읍소(泣訴)를 들은 하이든은 어떻게든 공작에게 사정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새 교향곡을 발표하는 연주회 밤이 왔다. 교향곡이 시작되어 경쾌한 1악장, 느리고 조용한 2악장, 우아한 3악장으로 이어졌다. 하이든은 후작에게 ‘색다른 교향곡’을 만들었다고 장담했는데, 그때까지 이전 교향곡과 별반 다름없이 진행되자 후작의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4악장에 이르자 곡이 갑자기 쓸쓸해졌다. 하이든 특유의 경쾌함은 그림자도 없었다. 템포가 더욱 늦추어지더니 제1오보에와 제2호른이 악보를 닫고 촛불을 끄더니(18세기에는 보면대에 촛불을 켜 놓아야 했다) 벌떡 일어나 악기를 안고는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후작을 비롯한 청중들은 깜짝 놀랐다. ◀에스테르하지 대공 니콜라우스 1세

변괴가 벌어진 ‘색다른 교향곡’ 연주회

후작의 벌어진 입이 채 다물어지기 전에 변괴는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바순 주자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이어 제2오보에와 제1호른, 그리고 콘트라베이스가 나가버렸다. 청중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나지막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첼로가 나가고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모습을 감추었다. 휑하니 텅 빈 무대. 마지막 남은 바이올린 둘만이 조용히 연주를 마치고는 촛불을 끄고 무대를 떠났다. 연주가 끝났다. 그러나 후작과 청중들은 이 느닷없는 변괴에 아연실색하여 한동안 박수를 치는 것도 잊고 있었다. 후작은 어리석지 않았다. 하이든이 ‘색다른 교향곡’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곧 깨달았다. 이튿날 후작은 귀가 명령을 내렸고 관현악단 단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에피소드가 전해진 뒤 교향곡 45번에는 ‘고별’이라는 부제가 붙게 되었다.

1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소나타 형식. 갑자기 투티에서 강하게 하강하는 펼침화음의 제1주제로 시작된다. 단순하지만 압도적인 악상이다. 곧이어 이 주제의 반복으로 경과부로 들어가며 싱커페이션(당김음)의 제2주제가 제시된다. 제2주제에는 선율적 요소가 거의 없으며 제시부의 종결도 겸한다.

발전부에서는 처음에 제1주제와 경과적 소재가 전개되고 이어서 제2주제가 다시 나타났다가 딸림음으로 반종지하면 페르마타 휴지부를 거쳐 새로운 선율이 나타난다. 발전부 후반은 이 선율의 반복과 발전으로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재현부가 이어져 특별한 코다 없이 그대로 끝난다.

2악장: 아다지오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주제 선율을 조용히 연주하고 다른 현악기가 반주한다. 제1주제 뒤에 경과부로 들어가 제2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된다. 이 악장 전체는 현악기를 주체로 진행되고 오보에나 호른 등의 관악기는 보조 성부 역할을 할 뿐이다. 약음이 된 바이올린의 은근한 음색이 악장을 지배하며, 강렬한 1악장과 대조적으로 온화하다.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온화한 악장이다. 트리오에서는 두 대의 호른이 연주되는데 거칠지 않다. 이 시기 하이든의 미뉴에트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4악장: 프레스토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는 교향곡의 통상적인 마지막 악장답게 빠른 템포로 연주된다. 처음에 f단조의 제1주제가 나타나고 짧은 경과구 뒤에 제2주제가 A장조로 나오는데 선율이라 할 수도 없는 단순한 구조이다. 일반적인 형태대로 코데타가 이어진 뒤 제1주제 중심의 발전부에 이어서 제시부 전체를 반복하는 재현부가 온다. 페르마타 휴지부를 거쳐 2부로 들어간다.

2부 아다지오는 하이든이 의도적으로 끼워 넣은 부가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고별’의 퍼포먼스가 연출되는 부분이다. 처음 31마디 동안은 모든 악기가 참가하지만 이후 먼저 제1오보에와 제2호른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차례로 다른 악기들이 퇴장한다. 마지막 14마디는 바이올린 두 대로 마친다.

Haydn, Symphony No.45 ‘Farewell’

Conrad van Alphen, conductor

Sinfonia Rotterdam

Nieuwe Kerk, Hague

2018.02.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