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Saëns, Symphony No.3, Op.78 'Organ'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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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2 박종세 작성일18-11-25 14:31 조회2,87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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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Saëns, Symphony No.3, Op.78 'Organ'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Camille Saint-Saëns
1835-1921
Thierry Escaich, organ
Paavo Järvi, conductor
Orchestre de Paris
BBC Proms 2013 Prom 67
Royal Albert Hall, London
2013.09.01
Paavo Järvi/Orchestre de Paris - Saint-Saëns, Symphony No.3. 'Organ'
어린 시절 생상스는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을 능가하는 천재였다. 두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세 살 때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으며, 다섯 살 때 처음 공개무대에 나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피아노 파트를 연주했다. 정식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것은 열 살 때였는데, 그 공연에서 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5번을 비롯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한 후, 앙코르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아무 곡이나 암보로 연주하겠다고 제안해서 청중들을 경악시켰다. 이후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평생 성공한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그리고 작곡가로 살았다.
다만 작곡 분야에서의 진정한 영예는 마흔 즈음에서야 찾아왔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 첼로 협주곡 1번, 피아노 협주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3번, 그리고 주요 교향시들은 모두 30대 후반 이후에 나온 작품들이다. 그리고 생상스 창작의 절정이자 19세기 프랑스 교향곡 사상 기념비적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교향곡 3번은 그의 나이 마흔한 살 때인 1886년에 발표되었다.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의 비범한 만남
일명 ‘오르간 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작품의 등장은 프랑스 교향곡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거론된다. 이 작품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걸작들에 견줄 만한 교향곡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환상 교향곡>으로 유명한 베를리오즈가 있지만, 그의 표제 교향곡들은 고전적 관점에서 보자면 진정한 교향곡으로 보기 어렵다. 통상 ‘프랑스계 교향곡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도 1888년에야 나온 사실을 상기하면 이 작품의 의의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상스는 모두 다섯 개(번호가 붙은 것은 세 개)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이것은 그중 마지막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관현악 편성에 오르간을 부가하여 음향적ㆍ극적으로 특별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오르간은 그가 가장 잘 다루었던 악기이기도 하다. 그는 열일곱 살 때 생 메리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임명된 이래 파리의 여러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는데, 특히 1857년에는 유명한 마들렌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선임되었다. 파리 중심부에 자리한 마들렌 교회는 파리에서도 최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격조 높은 교회였다. 따라서 그곳의 오르간 주자가 된다는 것은 파리의 모든 오르간 주자들 중에서 으뜸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생상스는 그 자리에 20년 동안 머물렀다.
이 교향곡에는 그러한 생상스의 진가가 최고조로 발휘되어 있다. 무엇보다 ‘악기들의 황제’로 불리는 오케스트라와 ‘악기들의 교황’인 오르간의 만남을 통해서 이 작품은 비범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야말로 생상스의 최고 걸작이라 할 만하며, 그러한 사실은 작곡가 자신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나는 이 작품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여했다. 내가 여기에서 성취한 것은 나 자신도 결코 다시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협회의 위촉에 따라 작곡한 이 교향곡은 1886년 5월 19일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청중들은 열광했던 반면 비평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1월의 파리 음악원 공연에 참석했던 샤를 구노는 “프랑스의 베토벤”이라며 극찬했다. 실제로 이 곡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어둡고 심각한 c단조로 출발하여 장엄하고 찬란한 C장조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19세기의 많은 작곡가들처럼, 생상스도 베토벤을 자신의 우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의 음악성은 베토벤의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프랑스의 멘델스존’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그의 음악은 낭만적 사상과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언제나 고전적인 절제와 균형의 원리를 견지했다. 다시 구노의 평가를 인용하자면, “생상스는 결코 현학적이지 않다. 그는 너무나 아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현학적이 되기에는 너무 현명했다. 특히 그는 언제나 프랑스인이었다. 때로는 18세기의 프랑스 작가와도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명확한 사상, 우아하고 정확한 표현, 그 음악을 훌륭한 종족에게서 생겨난 극히 고상한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뛰어난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냉철하고 탁월한 상식, 성품의 고요함, 열정 속에 간직된 고요, 환상 속의 지성을 갖추었으며, 가장 혼란스런 감동 속에서도 자제심을 잃지 않았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로열 앨버트 홀의 ‘그랜드 오르간’. 1871년 첫 연주회 때의 스케치.
생상스는 에마누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멘델스존의 음악을 특히 선호했으며 슈만의 음악에도 매혹되었다. 아울러 그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음악에도 무심하지 않았다. 구노와 베를리오즈를 높이 평가했으며, 비제와 바그너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스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옹팔의 물레>, <죽음의 무도> 등 그의 교향시들은 리스트의 직접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나아가 생상스와 리스트는 절친한 사이였다. 무엇보다 리스트가 생상스의 오르간 즉흥연주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오르가니스트”라고 극찬했던 일은 유명하다. 그런 추억과 우정 때문이었을까? 생상스는 이 '오르간 교향곡'을 1886년 7월 31일에 세상을 떠난 리스트의 영전에 바쳤다.
오르간이 펼쳐 보이는 광대하고 호화로운 음의 파노라마
이 작품은 교향곡으로서는 특이하게도 2악장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각 악장이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고전적 교향곡의 4악장 구성과 마찬가지이다. 악기 편성에는 오르간과 두 대의 피아노가 포함되어 사뭇 이채로운 음향을 연출하는데, 특히 각 악장 후반부에서 활약하는 오르간이 펼쳐 보이는 광대하고 호화로운 음의 파노라마가 실로 압도적이다. 또한 곡의 첫머리에 제시된 테마가 네 가지 모습으로 변형되며 전곡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순환 형식'을 채택하고 있어 강력한 유기성과 통일감을 보여준다.
1악장 : 아다지오 - 알레그로 모데라토 - 포코 아다지오
애수에 젖은 듯한 느린 서주로 시작되어 빠르고 투쟁적인 주부로 이어지는데, 현악기들과 관악기들이 자잘하게 새기는 음형을 타고 흐르는 주제는 다분히 멘델스존 풍이다. 강렬하고 긴박감 넘치는 흐름이 폭발적인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 차츰 잦아들고, 거의 침묵으로 가라앉을 즈음 오르간의 화음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느린 악장에 해당하는 후반부로 접어든다. 오르간과 현악기들이 어우러져 유려한 칸타빌레 선율을 노래하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후반부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2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 프레스토 - 마에스토소 - 알레그로
전반부는 스케르초 악장에 해당한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열정적인 흐름과 피아노까지 가세한 현란한 흐름이 알레그로와 프레스토의 템포를 오가며 눈부신 질주를 감행한다. 역시 멘델스존을 연상시키는 이 흐름이 차분히 마무리되면, 그 정적의 끝에서 장엄한 오르간 소리가 전면에 부각되며 후반부가 시작된다. 두 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영롱한 아르페지오를 타고 들려오는 바이올린의 테마는 1악장 전반부에 나왔던 주제 선율의 변형이다. 이후 오르간이 주도하는 찬란하고 박진감 넘치는 흐름과 목관과 현악이 어우러지는 섬세한 흐름이 교차하면서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한 후, 마지막에는 오르간과 전체 관현악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렬한 울림 속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Saint-Saëns, Symphony No.3 'Organ'
Christophe Henry, organ
Myung-Whun Chung, conductor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Salle Pleyel, Paris
2013.11.08
추천음반
작품의 특성상 이 곡의 음반에서는 녹음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성당이나 교회, 또는 공연장에서 녹음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리코딩 과정상의 난점 탓에 오르간 파트와 관현악 파트를 따로 녹음한 다음 스튜디오에서 믹싱하는 방식으로 리코딩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 우선 역사적인 명반으로 샤를 뮌슈, 폴 파레, 유진 오먼디,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 가운데 뮌슈의 음반(RCA)은 여전히 필청의 명반으로 통하고, 파레의 음반(Mercury)에는 전설적인 오르가니스트 마르셀 뒤프레가 참여했다. 오먼디는 이 곡을 가장 많이 녹음한 지휘자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버질 폭스를 독주자로 내세운 RCA판이다. 또한 그는 디지털 리코딩(Telarc)도 남겼는데, 마이클 머레이를 독주자로 내세운 이 음반은 오르간의 음향을 무척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다. 다만 교회의 음향을 고스란히 옮긴 탓에 관현악이 다소 불분명하게 들리는 점이 아쉽다.
2. 한편 생상스의 교향곡 전 5곡을 녹음한 장 마르티농의 음반(EMI)은 해석과 연주, 녹음 등 모든 면에서 공히 규범적인 명반이다. 아날로그 시절 카탈로그를 지배했던 다니엘 바렌보임의 음반(DG)은 CD의 음질이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대신 다양한 필업곡이 추가되었고, 맹인 오르가니스트의 연주로 성당에서 따로 녹음되어 화제를 모았던 오르간의 음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샤를 뒤투아의 음반(Decca)은 프랑스 음악다운 산뜻한 맛을 잘 살린 명쾌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다만 몬트리올 심포니의 음색이 다소 단조롭고 소극적으로 포착된 오르간 소리는 전자 오르간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3. 제임스 레바인의 음반(DG)은 잔향이 살짝 부족한 편이지만 베를린 필의 합주력만큼은 최강이다. 비록 프랑스적인 냄새는 별로 안 나지만, 해석과 연주 모두 견실하고 관현악과 오르간의 사운드가 모두 선명하게 포착되어 청취의 만족도가 높다. 이 밖에 느린 악장의 감흥이 각별한 미셸 플라송의 음반(EMI)도 프랑스다운 미감을 잘 살린 연주로 기억해둘 만하다.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1.04.2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141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Camille Saint-Saëns
1835-1921
Thierry Escaich, organ
Paavo Järvi, conductor
Orchestre de Paris
BBC Proms 2013 Prom 67
Royal Albert Hall, London
2013.09.01
Paavo Järvi/Orchestre de Paris - Saint-Saëns, Symphony No.3. 'Organ'
어린 시절 생상스는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을 능가하는 천재였다. 두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세 살 때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으며, 다섯 살 때 처음 공개무대에 나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피아노 파트를 연주했다. 정식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것은 열 살 때였는데, 그 공연에서 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5번을 비롯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한 후, 앙코르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아무 곡이나 암보로 연주하겠다고 제안해서 청중들을 경악시켰다. 이후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평생 성공한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그리고 작곡가로 살았다.
다만 작곡 분야에서의 진정한 영예는 마흔 즈음에서야 찾아왔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 첼로 협주곡 1번, 피아노 협주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3번, 그리고 주요 교향시들은 모두 30대 후반 이후에 나온 작품들이다. 그리고 생상스 창작의 절정이자 19세기 프랑스 교향곡 사상 기념비적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교향곡 3번은 그의 나이 마흔한 살 때인 1886년에 발표되었다.
오케스트라와 오르간의 비범한 만남
일명 ‘오르간 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작품의 등장은 프랑스 교향곡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거론된다. 이 작품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걸작들에 견줄 만한 교향곡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환상 교향곡>으로 유명한 베를리오즈가 있지만, 그의 표제 교향곡들은 고전적 관점에서 보자면 진정한 교향곡으로 보기 어렵다. 통상 ‘프랑스계 교향곡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세자르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도 1888년에야 나온 사실을 상기하면 이 작품의 의의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상스는 모두 다섯 개(번호가 붙은 것은 세 개)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이것은 그중 마지막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관현악 편성에 오르간을 부가하여 음향적ㆍ극적으로 특별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오르간은 그가 가장 잘 다루었던 악기이기도 하다. 그는 열일곱 살 때 생 메리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임명된 이래 파리의 여러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는데, 특히 1857년에는 유명한 마들렌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선임되었다. 파리 중심부에 자리한 마들렌 교회는 파리에서도 최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격조 높은 교회였다. 따라서 그곳의 오르간 주자가 된다는 것은 파리의 모든 오르간 주자들 중에서 으뜸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생상스는 그 자리에 20년 동안 머물렀다.
이 교향곡에는 그러한 생상스의 진가가 최고조로 발휘되어 있다. 무엇보다 ‘악기들의 황제’로 불리는 오케스트라와 ‘악기들의 교황’인 오르간의 만남을 통해서 이 작품은 비범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야말로 생상스의 최고 걸작이라 할 만하며, 그러한 사실은 작곡가 자신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나는 이 작품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여했다. 내가 여기에서 성취한 것은 나 자신도 결코 다시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협회의 위촉에 따라 작곡한 이 교향곡은 1886년 5월 19일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청중들은 열광했던 반면 비평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1월의 파리 음악원 공연에 참석했던 샤를 구노는 “프랑스의 베토벤”이라며 극찬했다. 실제로 이 곡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어둡고 심각한 c단조로 출발하여 장엄하고 찬란한 C장조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19세기의 많은 작곡가들처럼, 생상스도 베토벤을 자신의 우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의 음악성은 베토벤의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프랑스의 멘델스존’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그의 음악은 낭만적 사상과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언제나 고전적인 절제와 균형의 원리를 견지했다. 다시 구노의 평가를 인용하자면, “생상스는 결코 현학적이지 않다. 그는 너무나 아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현학적이 되기에는 너무 현명했다. 특히 그는 언제나 프랑스인이었다. 때로는 18세기의 프랑스 작가와도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명확한 사상, 우아하고 정확한 표현, 그 음악을 훌륭한 종족에게서 생겨난 극히 고상한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뛰어난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냉철하고 탁월한 상식, 성품의 고요함, 열정 속에 간직된 고요, 환상 속의 지성을 갖추었으며, 가장 혼란스런 감동 속에서도 자제심을 잃지 않았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로열 앨버트 홀의 ‘그랜드 오르간’. 1871년 첫 연주회 때의 스케치.
생상스는 에마누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멘델스존의 음악을 특히 선호했으며 슈만의 음악에도 매혹되었다. 아울러 그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음악에도 무심하지 않았다. 구노와 베를리오즈를 높이 평가했으며, 비제와 바그너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스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옹팔의 물레>, <죽음의 무도> 등 그의 교향시들은 리스트의 직접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나아가 생상스와 리스트는 절친한 사이였다. 무엇보다 리스트가 생상스의 오르간 즉흥연주를 듣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오르가니스트”라고 극찬했던 일은 유명하다. 그런 추억과 우정 때문이었을까? 생상스는 이 '오르간 교향곡'을 1886년 7월 31일에 세상을 떠난 리스트의 영전에 바쳤다.
오르간이 펼쳐 보이는 광대하고 호화로운 음의 파노라마
이 작품은 교향곡으로서는 특이하게도 2악장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각 악장이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고전적 교향곡의 4악장 구성과 마찬가지이다. 악기 편성에는 오르간과 두 대의 피아노가 포함되어 사뭇 이채로운 음향을 연출하는데, 특히 각 악장 후반부에서 활약하는 오르간이 펼쳐 보이는 광대하고 호화로운 음의 파노라마가 실로 압도적이다. 또한 곡의 첫머리에 제시된 테마가 네 가지 모습으로 변형되며 전곡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순환 형식'을 채택하고 있어 강력한 유기성과 통일감을 보여준다.
1악장 : 아다지오 - 알레그로 모데라토 - 포코 아다지오
애수에 젖은 듯한 느린 서주로 시작되어 빠르고 투쟁적인 주부로 이어지는데, 현악기들과 관악기들이 자잘하게 새기는 음형을 타고 흐르는 주제는 다분히 멘델스존 풍이다. 강렬하고 긴박감 넘치는 흐름이 폭발적인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 차츰 잦아들고, 거의 침묵으로 가라앉을 즈음 오르간의 화음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느린 악장에 해당하는 후반부로 접어든다. 오르간과 현악기들이 어우러져 유려한 칸타빌레 선율을 노래하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후반부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2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 프레스토 - 마에스토소 - 알레그로
전반부는 스케르초 악장에 해당한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열정적인 흐름과 피아노까지 가세한 현란한 흐름이 알레그로와 프레스토의 템포를 오가며 눈부신 질주를 감행한다. 역시 멘델스존을 연상시키는 이 흐름이 차분히 마무리되면, 그 정적의 끝에서 장엄한 오르간 소리가 전면에 부각되며 후반부가 시작된다. 두 대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영롱한 아르페지오를 타고 들려오는 바이올린의 테마는 1악장 전반부에 나왔던 주제 선율의 변형이다. 이후 오르간이 주도하는 찬란하고 박진감 넘치는 흐름과 목관과 현악이 어우러지는 섬세한 흐름이 교차하면서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한 후, 마지막에는 오르간과 전체 관현악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렬한 울림 속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Saint-Saëns, Symphony No.3 'Organ'
Christophe Henry, organ
Myung-Whun Chung, conductor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Salle Pleyel, Paris
2013.11.08
추천음반
작품의 특성상 이 곡의 음반에서는 녹음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성당이나 교회, 또는 공연장에서 녹음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리코딩 과정상의 난점 탓에 오르간 파트와 관현악 파트를 따로 녹음한 다음 스튜디오에서 믹싱하는 방식으로 리코딩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 우선 역사적인 명반으로 샤를 뮌슈, 폴 파레, 유진 오먼디,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 가운데 뮌슈의 음반(RCA)은 여전히 필청의 명반으로 통하고, 파레의 음반(Mercury)에는 전설적인 오르가니스트 마르셀 뒤프레가 참여했다. 오먼디는 이 곡을 가장 많이 녹음한 지휘자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버질 폭스를 독주자로 내세운 RCA판이다. 또한 그는 디지털 리코딩(Telarc)도 남겼는데, 마이클 머레이를 독주자로 내세운 이 음반은 오르간의 음향을 무척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다. 다만 교회의 음향을 고스란히 옮긴 탓에 관현악이 다소 불분명하게 들리는 점이 아쉽다.
2. 한편 생상스의 교향곡 전 5곡을 녹음한 장 마르티농의 음반(EMI)은 해석과 연주, 녹음 등 모든 면에서 공히 규범적인 명반이다. 아날로그 시절 카탈로그를 지배했던 다니엘 바렌보임의 음반(DG)은 CD의 음질이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대신 다양한 필업곡이 추가되었고, 맹인 오르가니스트의 연주로 성당에서 따로 녹음되어 화제를 모았던 오르간의 음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샤를 뒤투아의 음반(Decca)은 프랑스 음악다운 산뜻한 맛을 잘 살린 명쾌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다만 몬트리올 심포니의 음색이 다소 단조롭고 소극적으로 포착된 오르간 소리는 전자 오르간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3. 제임스 레바인의 음반(DG)은 잔향이 살짝 부족한 편이지만 베를린 필의 합주력만큼은 최강이다. 비록 프랑스적인 냄새는 별로 안 나지만, 해석과 연주 모두 견실하고 관현악과 오르간의 사운드가 모두 선명하게 포착되어 청취의 만족도가 높다. 이 밖에 느린 악장의 감흥이 각별한 미셸 플라송의 음반(EMI)도 프랑스다운 미감을 잘 살린 연주로 기억해둘 만하다.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1.04.2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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